P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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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http://www.guemja.net/tt/inde... 실제 음반 기획의 상징적인 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 보고 겪은 최근 한국 음반 시장 불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 음악전문 채널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는 제작진이 선곡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정 기간에 몇 번 틀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99% 돈을 받고 하는 광고다. 신청곡과 순위 또한 다 계약에 있는 곡들만 나온다.

이 부분입니다.

고정관념

원문 속의 인터뷰하러 간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음악을 틀어달라고 돈을 받고 틀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사람들이 P2P로 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안된다...라.

우선 여기에는 고정관념이 하나 개입되어 있습니다. 방송에 트는 것은 홍보용이고, 사람들이 P2P를 쓰는 것은 실제 시장을 잠식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의 현황으로서는 방송은 불특정다수에게 광고처럼 살포되곤 하고, P2P는 음반의 정확한 복제본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상당수 사용하려들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런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그런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위험합니다. 방송에서는 무조건 지겹도록 많이 울려퍼지는 것이 좋은 것이고, P2P로는 퍼지면 안된다고 절대 울려퍼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그것은 기술을 활용하는 대신 덮어두려고만하는 생각입니다.

반대의 모델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P2P를 통해서 일종의 샘플곡이나, 음질이 낮게 녹음 된 곡, 혹은 뮤직비디오를 널리 배포하고, 음반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방송사에서 그 노래를 틀게 하려면 꽤 비싼 돈을 받고 수익을 더 크게 얻도록 큰 대가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박리다매에서 고부가가치 소량판매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꽤 미래에는 P2P는 방송처럼 홍보로 무료로 사용되고, 그 사람을 방송에 출연시키고자 방송사들이 돈을 들고 다투는 형국이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소위 인터넷 소설 같은 것은 이런 모델을 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널리 퍼뜨리고, 그러다가 인기를 끌면 실제 출판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인터넷에서부터 인기를 얻은 만화나 일러스트 작가들도 같은 방향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P2P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더군다나 꽤나 잘 뿌리내린 소리바다 같은 좋은 창구하나를, 지금당장 불법사용자가 심각하다는 문제 하나만으로 덮어 놓고 폐쇄부터 노린 것입니까?


가능성

음반사 쪽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용 자료를 공개하고, 대신 소리바다 측에서 불법트래픽을 감시할 수단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협조할 수는 없었겠습니까? 위 인터뷰에서는 월500만원씩 드는 홈페이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운영비나 트래픽면에서 보면, P2P만큼 효율적인 플랫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이를테면, 공중파에서 신인가수 한 명에 대한 홍보 클립 30초를 노출시키는 것도 어렵겠지만, P2P를 통해서는 2시간 짜리 동영상도 얼마든지 내돌릴 수 있습니다. 심의나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자유롭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고객을 직접 알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Marketing 상의 이득도 있고, 커뮤니티며, 피드백 상의 이점도 클 겁니다. 그런 가능성을 가진 플랫폼을 협상이 조금 어려웠다고 그냥 없애고 보자는 쪽으로 간 것은 아쉽습니다.

다시 케이블 방송국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돈을 안낸 곡은 신청곡에도 안들어가고 순위에도 집계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송국은 사기 방송 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기만행위는 충분히 불법성이 있으며, 음반사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김현철의 1개월 홍보비로 1억8천만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케이블 방송국 쪽에 대한 공격은 맹렬히 하지 못하면서, P2P 쪽에 대한 공격은 그토록 맹렬했던 것입니까?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고정관념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케이블 방송국 쪽에는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같이 지내온 아는 사람 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함부로 치고 받고 하기에는 캥기는 점이 많아서 그랬기 때문일 겁니다.


이해할 수 있는 다급함

어쨌거나, 소리바다는 폐쇄되고, 가장 영향력있는 판로 하나를 음반 업계는 스스로 날려 버렸습니다. P2P는 eDonkey로 이어지든, GNUTella 로 이어지든, 하다 못해 윈도 공유폴더로 구현되든, 하나를 무너뜨렸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스럽고 지루했던 지난 수년간의 소송은 겨우 산업혁명 초기의 러다이트 운동에 지나지 않는 행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음악을 퍼뜨릴 수 있는 P2P는 위험하게 느꼈으되, 불특정 다수에게 순간적인 인상을 남기는 MTV에는 반대로 불법적인 돈을 줘 가면서 까지 오히려 음악을 퍼뜨리도록 했는가. 하는데는 역시 우리 문화 -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얄팍함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방송매체의 노출과 거기에 대한 10대들의 팬덤으로 순간적인 선풍에 의존하려는 경향 말입니다. 소비자가 음악을 구입할만큼 가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음악가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잊어 버리는 겁니다.

이런식이라면 좋은 음악보다 순간적으로 방송에서 잠깐 비칠 수 있는, 어떤 말초적 자극성이 더 중요해 집니다. 그런 식의 생산결과는, P2P는 대체로 좋은 쪽으로는 활용될 수 없는 장치가 되고, MTV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부여잡아야하는, 천국으로 가는 좁은 문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음반시장의 붕괴는 MTV 대박의 허상만을 쫓은 대가이기도 할 것입니다. P2P, MP3에 대한 이들의 반대는, P2P나 MP3가 음반시장을 망하게 했다기 보다는, 망한 음반시장이 되살아날 여력을 P2P가 조이고 있다는 쪽으로 밖에 이해될 수 없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먼 미래를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그러다보니, P2P에 대한 무차별적인 폐쇄만을 울부짖고 있는 것이겠습니다.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현실적인 다급함 때문에 지친 음반사 쪽을 저는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소리바다 처럼 한 가지 분야에 대해 구석구석 깔린 P2P는 MultiMedia 자료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기막힌 통로가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20세기를 독점했던 Television 방송이라는 매체를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능가할 수 있는 어떤 이상이었다는 생각마저 느껴지는 기술이 P2P 였건만, 그 가장 선두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은 아깝습니다.


음반사를 위한 아이디어들

제가 워낙에 TheBeatles* 를 비롯한 옛날 록큰롤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짧은 생각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즉, 음악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하는 것을 어느 정도 큰 수입원으로 삼자는 겁니다. 지출 능력이 있는 20,30대 관객들을 기꺼이 공연장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음악, 좋은 연주를 위해 노력한다면, 음악의 힘, 예술의 본연의 힘에 의해 어느 정도의 기초 체력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제대로된 공연문화가 자리잡기 전에 급격히 MTV 문화로 넘어가버린 데 따른 부작용 때문에 그런 기초체력이 부실했던 것이, 요즘과 같은 음반시장의 암흑기를 가져온 것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여력을 갖고 나면, 그제서야 P2P와 MP3P 에 대해 좀 더 창의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그 제한과 활용에 대해서 궁리해 볼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변경 UNIX clock : 1134623964 / Common clock 2005.12.15, 6:19 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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