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e-mail: gerecter@gmail.com                                곽재식의 hehehe 블로그
본래 아이콘 이란, 성경이나 신화의 내용을 형상화한 그림이나 조각들을 지칭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일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복잡한 문화를 시각적이고 공간적으로 친숙하게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 선전 효과가 좋습니다.

황룡사 터, 양천고성 터, 터만 남은 유적지를 석상, 조각상으로 꾸며서 관광지로

그런면에서, 저는 폐허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유적지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서, 그 위에 유적지에 어울리는 예스러운 석상, 조각상을 대규모로 만들어 그 자리에 전시해 놓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터만 남은 썰렁한 유적지는 서울에만도 강서구 양천고성지, 광진구 고구려 보루터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 현재 이런 터를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 국내에는 폐허, 성터와 같이 아무것도 없는 터만 남아 관광자원화 되지 못한 유적이 많음
  • 박물관 실내에 전시된 과거 모습을 상상해 만든 작은 복원 모형으로는 체험의 강도가 약함
  • 드라마 촬영 세트 등은 예스러운 느낌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유적에 어울리지 못함
  • 그렇다고 유적의 전면 복원은 기술적으로 어려우며 비용도 많이 듬
  • 잘못 복원하면 철거도 어렵고 기존 유적이 파괴되기도 함

(황룡사 터)

(양천고성 백제 성터)

(아차산 고구려 보루터)

저는 이런 터만 남은 곳을 관광자원화 하는 아이디어로, 다음과 같은 역사 자료 조각상 배치 방식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 터만 덩그러니 남은 텅빈 유적지 땅에, 옛날 느낌의 석상을 다수 만들어 배치
  • 대량 설치시, 중국 병마용갱, 태국 아유타야 유적 같은 구경거리 많은 느낌 살릴 수 있음
  • 국내의 우리옛돌박물관 전시, 월계동 석인상 공원 사례와 같은 비슷한 형태 참조 가능

(병마용갱)

(아유타야 유적)

(우리 옛돌 박물관의 야외 전시 모습)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역사 자료 조각상 배치 아이디어는 이런 생각입니다.
  • 유적지의 시대에 맞는 양식의 석상을 만들어 대량으로 유적지 빈 땅에 배치
  • 당시의 옷차림, 도구, 풍속,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교육적인 석상으로 디자인
  • 표면처리를 하여 오래된 것처럼 낡게 만들고 일부러 폐허미를 살리는 연출도 가능
  •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며, 실제 서양 정원에는 일부러 가짜 폐허를 만드는 "폴리(folly)"란 것이 있음

(폴리)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완전 복원에 비해 극히 적은 제작비
  • 조각상으로 당시의 문화를 재현해 보여줄 수 있으므로, 교육적 효과가 높음
  • 천편일률적 복원이 아니라, 유적지의 특징, 해당 지역 특징을 반영한 다채로운 구성 가능
  • 인물 조각상이 있어 같이 사진 찍기 좋으므로, 최근 유행하는 사진 촬영 관광지로서 유리
  • 철거가 필요하면, 석상/조각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만하면 철거 가능
  •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조각상 제조시 신기술의 장점 활용 가능
배치할 석상, 조각상의 모양을 어떻게 만들지 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는 이미 충분합니다.
  • 삼국시대 유적의 경우, 신라 토우, 백제 불상 모양 참조 가능
  • 통일신라 시대 유적의 경우, 신라 왕릉 석상 모양 참조 가능
  • 고려시대 유적의 경우, 왕건상, 고려 왕릉 석상, 고려 철불 모양 참조 가능
  • 조선시대 유적의 경우, 조선 왕릉 석상, 석장승, 벅수, 상여 나무조각 모양 참조 가능
  • 거대한 조각상 대신, 인형처럼 작은 조각상을 여러 개 배치하여 독특한 운치를 내는 방식도 가능 (폴란드 브로츠와프 사례)


(신라 토우, 토용)

(통일신라 왕릉 석상)

(고려 왕건상)

(조선 왕릉 석상)

(조선 문인석)


(폴란드 브로츠와프 시내에 배치 되어 있는 작은 난쟁이상 사례)

(우리옛돌박물관의 작은 석상 전시 사례)

유럽에서는 아무 의미 없이 장식의 의미를 위해 건물, 조각을 배치해 놓고, 일부러 폐허처럼 꾸미는 @Folly라는 것이 정원 꾸미기에 특히 유행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세중 박물관의 모습)

다양한 자료가 될 석상들을 한자리에 여러가지로 일목요연하게 다량 배치해 두면, 태국 아유타야 유적들이나, 중국의 진시황릉 병마용갱 같은 구경거리가 많고 보기 재미난 분위기로 꾸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인 우리옛돌박물관이나 월계동 석인상 전시공원은 조선시대 무렵의 돌조각들을 많이 모아 놓아서 재미난 분위기를 꾸몄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계획은 이것과 비슷한 풍경을 조성해 보자는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막연한 곳에 이런 전시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시대와 관련이 있는 유적지의 빈 "터"에 이런 석상, 조각상들을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수집품이 아니라 제조품을 이용하면 비슷한 분위기로 꾸밀 수 있으면서도 더 재미있고, 더 교육적으로 가치 있고, 더 싸고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교육적인 면에서 효과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정보 전달 위주의 마네킹으로 만들어 놓은 자료가 아니라, 해당 유적지의 미술풍에 맞는 유적지와 조화되는 석상, 테라코타상, 목조 조각상을 제조 해서 놓는 것은 더욱 잘 어울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라 유적지에는 신라의 토우를 바탕으로한 석상이나 테라코타상을 배치해 두고, 조선시대의 유적지에는 조선시대 불교 사천왕상이나 조선시대 묘역의 무인상, 문인상과 같은 모양으로 만든 석상을 배치해 놓는 것입니다. 물론 그 구체적인 모양과 형태는 유적지와 당시 생활상을 고고학적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꾸며서, 정말로 진지한 교육 자료의 역할도 일정정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그 크기와 물량을 넉넉히 해 놓아서 보기 좋게 꾸며 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제조에는 최근 발전하고 있는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하면, 3D 모델 형태로 널리 공모를 받아서 좋은 디자인을 받은 뒤에, 3D 모델 자료를 이용해서 조금씩 자세와 표정, 크기만 바꿔 가면서 다양하게 출력하는 방식으로 제조하여, 방대한 물량, 다채로운 모양을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신라 때 마구간 터가 있다면, 거기에다 위에 보이는 신라 기마 인물상 토기 모양을 크게 출력하되, 말과 사람의 크기, 사람이 고개를 돌린 정도, 팔다리 자세를 가지각색 수천가지를 달리해서, 천개, 2천개 만들어서 세워 놓는 전시물을 꾸밀 수 있을 겁니다.

꼭 크고 거창한 석상들만 배치 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인형 만한 작은 석상도 넓게 여럿 배치해 두면 나름대로 묘하고 신비한 운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건립 비용도 무척 낮출 수 있습니다.

폐허 다운 감흥이 사는 그 시대의 조각품, 부서진 흔적으로 꾸며보기

이렇게 조성한 관광자원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요즘 관광자원 만든다고 졸속으로 유적지를 복원하여 원형이 파괴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을 쓰면 유적지 자체를 전면 복원하는데 따른 옛 유구의 파괴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각상만 올려 놓은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 유적지를 전면 재발굴할 필요가 생기면 조각상을 치우고 그대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폐허, 터만 남은 유적지를 꾸밀 때는, 이스터섬의 모아이 처럼, 좀 더 폐허 느낌을 아련하게 살리게 꾸며도 좋을 것입니다. 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석상, 조각상의 모양을 일부러낡게 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일부러 적당히 부수거나 쓰러진 석상, 조각상을 끼워 넣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문화재

블로그지기 곽재식
작가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학 분야에 종사하며 안전,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December/12,2016 1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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