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후반, 남구만이 남긴 “약천집”의 “외증조 증 병조참판 서공 묘갈명”에는 제주도의 판관으로 부임해 명망을 떨친 서련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영웅 서사시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한 마을에서는 요망, 즉 요사스러운 큰 뱀을 섬겨서, 매월 봄과 가을에 여성을 바치고 풍악을 울리며 기도를 하면 뱀이 나와서 여성을 물고 들어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망이 비바람으로 재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련은 목사, 현령등 다른 관리들과 함께 이 요망을 처치할 계획을 세웠는데, 목사, 현령이 병을 핑계대고 나오지 않자 역사(力士), 두 사람에게 도끼를 들고 양 옆을 지키게 하고, 음악을 연주해 요망을 나오게 한 뒤, 자신은 창으로 찌르고 역사들은 도끼로 내리쳐 처치했다고 합니다.
중세 기사 무용담이나 “야만인 코난”의 한 대목 같은 이야기인데, 현대에는 김녕굴 설화, 또는 뱀굴 설화 등으로 불리우는 이야기입니다. 기록 속의 요망은 동굴에 살며 사람을 제물로 요구하는 사악한 신이자 사람을 물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뱀 모양의 신, 음악을 좋아하는 신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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