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비싼 음식이 나왔습니다. 요리사가 소스를 권하지만, 왕은 맵고 냄새나는 소스보다는 초콜렛과 꿀을 발라 먹는 것이 당연히 훨씬 나을 거라고 닥달합니다. 결국 요리사는 도미 회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비벼 먹도록 준비해 왕은 그것을 먹습니다. 다음날, 이웃나라 왕의 초대에 간 왕은 와사비를 섞은 간장에 보리멸 초밥을 만들어 회를 대접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요리사에게 어제 왕궁에서 최고의 재료를 제공했는데도 왜 그따위 음식밖에 만들지 못했냐고 닥달하면서 요리사를 처형합니다.
누군가가 원하는 맞춤형으로 만들고자 하면, 과연 정말 맞춤형이 되는가
위 이야기와 아래 내용은 2006년에
@뽐뿌inside 블로그의 글을 읽고 썼던 글입니다.
누구나 좋은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좋은 것에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정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은 정책결정, 연애, 결혼에도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이것은 디자인, 제품 구상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연급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이렇습니다.
포커스 그룹에 맞춰 제품을 디자인하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정확히 모른다. -- 비즈니스위크 1998년 5월 25일
인용된 내용에 덧붙이자면, 한 발 더 나아가, 가끔 누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해도, 제품을 보기 직전까지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 다른 것 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막상 힘들여
그 다른 것을 그대로 만들어 오면, 뭔가 부족하다 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다른 곳에서 처음 제안했던 것과 같은 것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못할까...라며 투덜거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겪어 보면 아는가
한편으로는 반대 방향의 생각도 문제 입니다. 정확한 설명 없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단 겪어 보라고 하면서 강요하는 일이 될 지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낯선 것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기 쉽고 적응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이 김치 한 번 먹어봐, 이상해도 일단 참고 한 번 먹어 보라니까, 참고 자꾸 먹다보면 맛있다니까)
결국 실제로 어떤 새로운 것을 제안하면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상상할 수 있도록 보여 줄 수 있는 방법,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력이 중요한 초점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초콜렛을 바른 도미회를 후회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항상 있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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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지기 곽재식
작가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학 분야에 종사하며 안전,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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