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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주자 | UserPrefer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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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보니 방석만 한 작은 배가 부(府)의 남쪽 고속포(古束浦) 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한 아이가 노를 잡고 있었는데, 나이는 17, 8세 정도이고 용모는 조심스럽고 순박해 보였으며, 배 안에는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종자(從者)가 배를 부르자, 배를 저어 해안에 대주었으므로, 드디어 배에 올라 해주(海舟)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급한 나머지 노를 잡았던 아이가 누구인지 물을 겨를조차 없었다. 잠시 후 바다를 두루두루 둘러보았으나 오가는 작은 배가 하나도 없었으니, 끝내 그 배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창 위급할 때, 병 하나만 얻어도 목숨을 의탁해 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천금을 다투는 것보다 더 심하게 그 병을 얻기 위해 다툴 것이다. 성 밖으로부터 포구까지 십 리 길에 해안을 끼고 살기 위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이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목숨을 구걸하며 태워달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니, 대단히 괴이한 일이었다. 포구까지 십 리 길에 오랑캐들이 말을 타고 해안을 끼고 달리면서 백성들을 노략질한 것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앞서 달려가는 사람을 쫓아가 잡을 수 없으면 마치 짐승을 사냥하듯 활을 쏘아 죽였는데, 이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일찍이 화살 한 발 쏘는 사람이 없었으니, 더욱 괴이한 일이었다... ...쌓인 시체 가운데 피를 흘리는 몇 사람이 손을 들어 한 번 부르자마자 마치 명령을 받고 기한 내에 달려오듯이 서둘러 와서 맞아 주었다. 아아, 이것이 어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가령 그 사람이 귀신이었다면, 비록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위급한 때라도 사람의 생사(生死)는 각각 반드시 주장하는 것이 있어서, 살 수 없는 사람을 살게 한 것이다. 가령 그 사람이 진짜 사람이었더라도, 또한 묵묵히 지켜 주고 곡진히 보전해 주려는 신령의 마음에서 나와, 마땅히 죽어서는 안 되는 죽음을 죽지 않게 해 준 것이 매우 분명하다. 이윽고 해주(海舟) 위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굽어보니, 떨어진 나뭇잎과 떠다니는 감처럼 작은 물건이라도 낱낱이 세고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시계(視界)가 좋았다. 그러나 원근 수십 리에 끝내 조각배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으니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갑곶의 북쪽 언덕에 있을 때, 저 사람의 배를 타면 살고 타지 못하면 죽게 되는 처지였다. 탄다면 다행히 목숨을 보전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지만, 타지 못한다면 목이 잘려 나가고 개펄을 피로 물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뻔뻔한 얼굴로 사람 행세를 하며 천지 사이에서 금수(禽獸)처럼 살아가는 것은 과연 누가 베풀어 준 것인가. 내가 그때는 다급한 나머지 노를 젓던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볼 겨를이 없었지만, 밥을 먹을 때마다 기도하기를 “포구주자”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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