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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 | UserPrefer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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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암(虛庵) 정희량(鄭希良)은 자가 순부(淳夫)이다. 일찍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추산하여 보았는데, 태어난 시(時)가 확실하지 않았으므로 탄식하기를 ‘만약 아무 간지(干支)에 났으면 크게 귀하게 될 것이고, 아무 간지에 났으면 말할 수 없이 나쁘다.’ 하면서 매양 세상을 피해 도망갈 의사가 있었다.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이 되었는데 무오사화 때 의주(義州)에 유배되고 김해(金海)로 이배(移配)되었다가 갑자년(1504, 연산군10)에 석방되었다. 모친상을 당하여 고양(高陽)에서 시묘살이를 할 때에 하루는 종들을 여기저기 보내어 어른은 땔나무를 해 오게 하고 아이는 나물을 캐 오게 하였는데, 종들이 돌아오니 정공은 집에 없었다. 샅샅이 자취를 찾았는데 단지 모래사장에 벗어 놓은 신발만 발견되었으므로 강에 빠졌는가 의심하였지만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하였다. 혹자가 연산군에게 정희량을 물색할 것을 아뢰자, 연산군이 말하기를 “미친놈이 도망가 죽었는데 뭐 하러 찾는단 말인가.” 하였다. ... 점쟁이 김륜(金倫)이 묘향산(妙香山)에서 노닐 적에 방외(方外)의 도사 이천년(李千年)이란 자를 만나서 술수를 배웠다. 김륜이 하직하고 돌아올 적에 그가 다음과 같이 시를 적어 주었다. 팔순 된 산속의 늙은이 / 八十山中老 삼팽을 이미 쓸어 없애고 / 三彭已掃除 인간 세상을 꿈꾸지 않으니 / 人間應不夢 학과 짝할 뿐 다른 뜻 없네 / 鶴伴意無餘 눈 쌓인 의자엔 달빛이 차고 / 雪榻蟾光冷 구름 낀 창엔 햇볕이 성글다 / 雲牕日影疏 뉘 알리오 티끌 없는 거울은 / 誰知無累鑑 만대토록 절로 청허하다는 것을 / 萬代自淸虛 김륜이 일찍이 그를 따라 다니다가 그가 기록한 생년월일시의 오행(五行)을 본 적이 있었는데, 서울에 와서 신경광(申景洸)이 선비와 현달한 관인들의 오행을 적어 놓은 책을 보다가 정희량의 오행에 이르러서 깜짝 놀라며 “이는 우리 스승 이천년의 팔자이다.”라고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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