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에 고려의 역사를 서술한 책인 “고려사” 지리지를 보면, 탐라, 즉 제주 역사의 시초를 설명하면서 “고기”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태초에 사람이 없었는데, 한라산 북쪽 구멍에서 세 사람이 솟아났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는 삼성혈을 말하는 것인데,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라든 것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솟아나는 형태로 창조되는 설화는 신기합니다. 이 구멍을 “모흥혈(毛興穴)”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대지의 신이 세 사람을 낳았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신화입니다.
이후, 세 사람은 가죽 옷을 입고 사냥을 하며 살았다고 하는데, 자주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함이 떠 오고 있었고, 그 나무함을 열어 보니 안에는 돌함이 있었는데, 돌함에는 신하와 공주 세 사람, 오곡의 씨, 송아지, 망아지가 있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세 사람은 공주 셋과 결혼하는데, 신하는 공주는 일본국 사람이라고 합니다. “영주지”에는 공주가 벽랑국이라는 곳에서 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기술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입니다
세 사람은 화살을 쏘아 화살이 떨어진 곳을 각자의 근거지로 하여, 문명을 일구게 되는데, 이것은 화살, 활쏘기를 중요시하는 점을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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