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랑 김기서(金基敍)가 현재 양주(楊州)의 평구리(平邱里)에 있는데, 귀신의 협박을 받아 오다가 심지어는 행 호군 홍우섭(洪遇燮), 진사 유관(柳輨)과 함께 삼헌관(三獻官)을 맡고 전 직각 김매순(金邁淳)이 제문을 지은 다음 단(壇)을 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 귀신은 자칭 고려 말엽의 청로 장군(淸虜將軍) 수월당(水月堂) 정득양(鄭得揚)의 혼령이라고 하는데, 밤에도 오고 낮에도 나타나 술과 고기를 달라고 하면서 황당하고 요사스러운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정정 당당한 장군의 혼령이 괴이한 도깨비의 미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틀림없이 허명(虛名)을 빌려 사람을 속이는 것입니다. 이런 따위는 모습을 흉내내고 얼굴을 바꾼 분장한 사람이 아닐 경우 바로 목석(木石)의 요귀일 것이니, 정귀(正鬼)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거짓말과 참말이 뒤섞인 바가 없지 않겠지마는, 백성들이 휩쓸린 것이나 사녀(士女)들이 믿는 것은 제문이 전파되고 추수(推數)한 말이 오고 간 것으로 인한 것이니, 일시의 소동으로만 말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 네 사람은 오직 귀신만을 두려워하므로, 마음이 동요한 것은 이상하게 여길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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