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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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유명한 인용구를 모아 놓는 페이지로 사용해 봅니다.

필립 말로 시리즈에서 뽑아 본 인용구

내 입술 아래에 있는 그녀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손을 올려서 내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내 입술에 거칠게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 역시 얼음처럼 차가웠다. 나는 문을 지나서 밖으로 나갔고, 내 등 뒤에서 소리 없이 문이 닫혔다. 포치 아래로 비가 흩날리며 들이쳤다. 그녀의 입술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당신이 한 번 죽고 나면, 당신이 어디에 누워 있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구정물을 모으는 더러운 물웅덩이 속에 누워 있든, 높은 언덕의 꼭대기에 있는 대리석 탑 속에 누워 있든,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당신은 죽었고, 당신은 깊은 잠에 들었으니, 당신은 그런 것 따위에 방해 받지 않는다. 기름과 물은, 당신에게는, 바람과 공기와 같다. 당신이 죽게된 더러운 이유에 상관 없이, 당신이 가라앉은 더러운 장소에 상관 없이, 당신은 이제 깊은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여 사립탐정의 하루가 지나갔다. 정확히 전형적인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한 남자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대부분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얻어터지거나 총을 맞거나 감옥에 던져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죽을 수도 있다. 두 달마다 한 번씩, 이 일을 그만두고 아직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번듯한 다른 직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 문에서 버저가 울리고 대기실로 향하는 안쪽 문을 열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여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슬픔, 약간의 돈을 안고 들어온다.

나는 물릴 대로 물려서 확 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아무도 굳이 열어주려 하지 않는 싸구려 호텔 방문을 두드리다가 인생을 허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저 사무실 집기, 녹색 서류함 세 개, 올이 풀린 양탄자, 건너편에 놓인 고객용 의자, 적어도 지난 여섯 달 동안 죽은 나방이 붙어 있는 천장 등에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물결무늬 유리판과 때 낀 나무 가구들과 책상 위에 놓인 필기구, 지치고 지쳐버린 전화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악어 비늘에도 말을 걸었다. 그 악어의 이름은 말로. 우리의 번영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사립탐정 노릇을 하는 친구였다.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는 아니지만 싸구려지. 싸구려로 시작해서 싸구려로 끝난 사나이.

"원한다면 울어도 돼요.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소. 나 자신도 그저 덩치 크고 마음 약한 얼간이일 뿐이니까."

"거짓말을 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 때문이지. 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겐 늘 따라오는 것들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들만큼 운이 좋지 않거든."
"그렇지만 난 거짓말을 하는게 아녜요, 필립. 거짓말이 아녜요. 미칠 지경이예요."
"숨을 깊게 들이마잇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만 미치도록 해."

연기였다면 완벽하게 먹히는 연기였다. 내가 주머니 아홉개에 총을 넣고 있었더라도, 생일 케이크에 꽂힌 작은 분홍색 촛불 아홉 개 만큼도 내게는 쓸모가 없었을 것이었다.

나는 담배 두 개비를 꺼내서 둘다 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나는 몸을 숙여 한 개비를 그녀의 루비색 입술 사이에 물려 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런 액션보다 더 케케묵은 짓은 없겠죠. 바람둥이의 키스를 제외하고."
"섹스는 멋진거요."
나는 말했다.
"질문에 대답하기 싫을 때는."
그녀는 느슨히 연기를 내뿜으며 눈을 깜박거리더니 손을 올려 담배 위치를 조절했다. 이 모든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자가 원하는 담배 하나 제대로 물려주지도 못하다니.

이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었다. 불필요한 장비를 모두 벗겨낸 포드 자동차를 탄 폭주족들이 16분의 1인치 틈을 두고 앞 차의 팬더에 바짝 붙기는 했지만 용케들 피해가며 교통의 흐름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쿠페나 세단을 탄 피곤한 남자들은 움질하며 핸들을 쥔 손에 더 세게 힘을 주고 집과 저녁식사, 스포츠란을 읽는 저녁, 쾅쾅 울려대는 라디오, 징징 울어대는 버릇없는 아들, 주절대는 멍청한 아내를 위해 북쪽이나 서쪽으로 고생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차를 몰아 야한 네온사인들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위장 영업소들, 알록달록한 빛 아래서는 궁전처럼 보이는 허름한 햄버거 가게, 강인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웨이트리스들이 서커스에서처럼 즐겁게 돌아다니는 원형 드라이브인 식당, 환한 카운터, 두꺼비도 독살할 수 있을 것 같은 땀과 기름으로 범벅이 된 부엌을 지나쳐갔다. 거대한 더블 트럭들이 월밍튼이나 센페드로에서부터 세풀베다를 넘어 덜거덕거리며 지나가 리지루트 쪽으로 건너가더니, 신호등 앞에서 동물원의 사자가 으르렁대는 듯한 낮은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건 채로 멈춰 섰다.

"당신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군."
킹슬리는 브라질산 땅콩이라도 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태도를 파는 건 아니니까."
그는 마치 내가 일 주일 묵은 고등어를 그의 코 앞에 갖다대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밤은 온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부드럽고 조용했다. 흰 달빛은 차갑고 맑았다. 우리가 꿈꾸지만 찾을 수 없는 정의처럼 말이다.

"사립 탐정이라. 이전에는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소. 농간을 부리는 직업이겠지. 정보를 모으구,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고, 스캔들을 캐거나 뭐 그런 종류의 일인거지"
"당신은 일때문에 온거요, 아니면 단지 불우이웃 방문차 온거요?"
그의 미소는 소방관 자선무도회에 참석한 뚱뚱한 여인네의 미소만큼이나 희미했다

내 사업에는 거친 애들이 흔해 빠졌지.
그리고 거친 애들을 흉내내고 싶어하는 애들은 더 흔해 빠졌네

블로그지기 곽재식
작가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학 분야에 종사하며 안전,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November/09,2015 2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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