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빗방울 대신 핏방울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 신라에서는 이차돈이 순교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현상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삼국유사에서는 백제 멸망전에 물이 피로 물드는 현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 실록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하늘에서 유성(과거식 표현으로 천구성)이 바다에 떨어지면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고 물고기들이 떼죽음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도 등지에서 최근의 목격담 사례도 알려진 편입니다.
- 화학적인 이유 - 인근의 붉은 먼지,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붉은 빛을 띌 수 있는 흙가루가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비가 내린 것
- 생물학적인 이유 -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적조현상으로 추정됩니다. 빗물 속에 붉은 색을 띄는 미생물이 대량 발생하면 핏빛으로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을 대략적인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 시대 사건들을 다룬 "연려실기술"의 재변과 상서에는 그 사례라고 사람들 사이에 알려졌던 사건이 나타나 있습니다.
우선 실제로 피비 또는 그와 거의 비슷한 것이 내린 상황을 묘사한 사례:
- 인조5년 2월에 피 같은 비가 와서 풀잎이 모두 붉었다.
- 인조10년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렸다.
피비는 아니지만 이상한 색깔의 비가 내린 상황을 묘사한 사례:
- 태종 원년 12월 단천(端川)에 재비 灰雨 가 내리는 재변이 있었다.
- 성종 9년 무술에 지진이 일어나고 흙비가 내리니 임금이 전교를 내려 충직한 말을 구하였다.
- 선조6년 2월에 날이 가물고 또 토우(土雨)가 내렸다.
피비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는, 피로 물든 듯한 강, 바다를 묘사한 사례:
- 태종 4년 길주(吉州) 앞 바닷물이 약 13일 동안 붉었다.
- 태종 6년 병술에 무장(茂長) 굴포(掘浦)의 물이 붉은 빛으로 변하여 7일 동안이나 강에 넘쳐 흘렀다.
- 태종 9년 7월 을해일에 검붉고 흰 기운이 동쪽에 있었다. 낙안군(樂安郡)의 바닷물이 피같이 붉었고, 그 고을 두 곳의 샘물도 모두 붉었다.
- 세종 원년 9월 거제도에는 바닷물 빛이 누르고 붉었다. 고기가 많이 떠서 죽었다.
- 세종 10년 경상도 하동현(河東縣)의 바닷물이 검고 팥죽같이 탁하기를 3일 동안 계속하더니 바다에 사는 어류가 많이 죽고, 흰 꿩이 나타났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옛글에, ‘임금이 종묘(宗廟)를 공경히 받들면 흰 까마귀가 온다.’ 하였습니다. 이제 흰 꿩이 상서로움을 나타내었으니 신들이 하례하옵기를 청하나이다.” 하였으나, 임금이 겸손하고 사양하여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선조 21년 가을에 한강(漢江) 위로 광릉진(廣陵津)까지 물빛이 누르고 탁하기가 피와 같은 것이 3일 동안 계속되었다. 일설에는 5, 6일 만에 맑아졌다 하고, 《동각잡기》에는 붉기가 피와 같았다 하였다.
- 선조36년 함경도의 바닷물이 붉고 탁한데다가 얼어붙어서 배가 잘 통행하지 못하였으며, 물을 끓여도 비린내가 나서 먹지 못하였다. 북쪽으로부터 남쪽 강원도 통천(通川)ㆍ양양(襄陽)까지 이르러서 그쳤는데 무릇 7일 동안을 그러하였다.
- 인조9년 안악(安岳) 사근곶(沙斤串)과 재령(載寧) 작도(鵲島) 등지에서는 곳곳의 물이 피와 같았다.
- 인조11년 한성(漢城)의 못 물빛이 수삼 일 동안이나 핏빛 같더니, 못의 물고기가 모두 죽었다.
- 숙종원년 윤5월에 경원(慶源)에서는 바닷물이 황적색(黃赤色)이었다.
- 숙종4년 4월에 은산(殷山) 강변의 큰 두 못에는 물이 매우 맑았는데, 25일부터 위의 못 물은 검은빛으로 변하고, 아래 못 물은 붉은빛으로 변해서 고기와 새우가 스스로 상하여 죽으니, 비리고 더러운 냄새를 가까이할 수 없더니, 아래 못도 점점 검어져서 종이에 물들이면 곧 파랗게 되었다.
역시 불길한 징조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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