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유몽인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풍악기우기"에는 금강산의 풍경을 보며 신선들과 함께 노닌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신선들은 모두 자연을 의인화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태청태부인"은 달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이것을 신선으로 변한 동물, 식물, 돌, 산, 신령 등의 이름으로 유몽인이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태청태부인(太淸太夫人): 정식 이름은 지명정소극원원회태청태부인(至明正素極圓元晦太淸太夫人). 달을 나타내는 여성 신령입니다. 빛을 내뿜습니다. 화려한 이름으로 보아 신선, 신령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하며 고귀하고 강력하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달이 떠 있는 밤 동안 놀고 먹기 좋다는 점을 상징하는 의인화일 것입니다.
- 서해선자(西瀛仙子): 서해를 상징하는 신선. 태청태부인이 서해선자를 만난다는 것은 달이 서쪽으로 지는 것을 상징하며, 밤이 다하는 것을 뜻합니다.
- 화산백거사(花山白居士): 해를 나타내는 신선. 이 신선이 나타나면 밤이 끝나는 것이니, 그때는 모두 헤어져야 합니다.
- 청계도류(淸谿道流): 시냇물을 상징하는 신선. 선파(仙派)와 청류(淸流), 즉 신선술을 연마하는 여러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언어유희 입니다.
- 회계장장인(會稽張丈人): 소나무를 상징하는 신선. 신장이 열 길에 달하고 푸른 수염을 드리우고 붉은 갑옷을 걸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 무심과객(無心過客): 구름을 상징하는 신선. 아무 말도 없이 와서는 순식간에 들어와 앉았고 상하사방을 마음대로 다니며 노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 단관노선(丹冠老仙): 학을 상징하는 신선. 목이 길고 몸이 훌쩍 솟았으며 깊은 굴에 사는데 너울너울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 청빈일사(靑蘋逸士): 바람을 상징하는 신선. 나타날 때 주위 사람의 피부와 뼈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 견백주인(堅白主人): 금강산을 상징하는 신선. 장대하고 훤칠한 어떤 이인(異人)으로 동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산신 이라고 하겠습니다.
- 향성진선(香城眞仙): 금강산 중향성을 상징하는 신선. 청계자(靑桂子)라고 하는 신비한 나무열매를 간식으로 줍니다.
- 송림암도석(松林菴道釋): 금강산 송림암을 상징하는 신선. 복령고(茯苓餻)라고 하는 신비한 버섯을 약처럼 줍니다.
- 만폭동주(萬瀑洞主): 금강산 만폭동을 상징하는 신선. 적포도밀장(赤葡萄蜜漿)이라고 하는 포도로 만든 달콤한 과자를 줍니다.
- 구정동령(九井洞靈): 금강산 구룡연을 상징하는 신선. 오미향이(五味香餌)라고 하는 경단처럼 생긴 과자를 줍니다.
- 마하신인(摩訶神人): 금강산 마하연을 상징하는 신선. 송아울황주(松芽鬱黃酒)라고 하는 술을 줍니다.
- 노봉(盧峯): 금강산 비로봉을 상징하는 신선.
- 미파(彌坡): 금강산 미파령을 상징하는 신선.
이런저런 신령의 이름이나 성격을 활용할 때, 가져다 써도 좋을 법한 운치가 있습니다. 전문은 https://db.itkc.or.kr/dir/ite...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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