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연지룡 | UserPreferences |
|
태산의 아래와 長谷의 사이에 괴물이 있는데, 꾸물꾸물 꿈틀거리며 날개가 없는데도 날 수 있고 발굽이 없는데도 달릴 수 있다. 한 자 尺 되는 연못에 몸을 담그고 한말 斗 되는 물에 잠겨 鶣鵲이나 다람쥐鼴鼠에게 비웃음을 받은 지 몇 해나 되는지알 수 없다. 이 괴물이 늘 답답하여 불평하다가 슬프게 탄식하기를, “하늘이 낸 사물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어찌 유독 나만 미워해서 곤궁함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는가?” 하였다. 이윽고 마음을 넓게 하고 또 해석하기를, “대저 하늘이 사물을 냄에 어찌 한 자 되는 못에 담겨서 죽게 할 뿐이겠는가? 봄에 나고 가을에 시드는 것은 언덕 위의 작은 풀이고, 천 년 동안 자라고 천 년 동안 늙어가는 것은 하늘에 닿을 듯한 나무이다. 대저 사물의 큰 것은 반드시 오랜 뒤에 완성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鳳凰이 하늘에 솟구쳐 오르고 麒麟이 산을 넘고 蛟龍340)이 비를 토하는 것은 이 또한 하늘이 낳은 사물이요, 나 또한 하늘이 낳은 사물이다. 똑같이 하늘이 낳은 사물이지만 저들은 이렇게 잘하는데 나는 이렇게 잘하지 못하니, 어찌 하늘이 사물을 낼 적에 후하고 박함이 있겠는가? 나 또한 반드시 오랜 뒤에 완성될 것이 분명하다.” 하였다. 이에 몸이 한 자 되는 못에 잠기고 재목이 완성되는 날을 기다려 그 물이 장차 마르는 것도 몰랐다. 얼마 뒤에 보니 한 자 되는 연못이 이미 마르자 이 괴물이 처량하게 돌아갈 곳이 없게 되었는데, 스스로 탄식하기를, “한번 죽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태어나서 한 가지도 잘한 것이 없이 헛되이 죽는 것이 한스럽구나,” 하였다. 그 울음을 슬피 하고 그 소리를 애달프게 하며 어진 자가 구원해주기를 바란 것이 또 여러 날이 되었다. 鳳凰은 그 소리를 실컷 듣고도 구원하지 않았고, 麒麟은 그 형편을 실컷 보고도 구휼하지 않았으니, 이와 같은 것은 어째서인가? 그와 같은 부류가 아니어서 본래 한 자 되는 못에 사는 괴로움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슬프고 애달픈 울음소리가 위로 하늘 연못의 龍에게 들리게 되었다. 하늘 연못의 용은 그 소리를 듣고 그 사정을 보고 이 괴물의 곤궁함을 가엽게 여겨서 仁를 베풀어주고 싶었다. 이에 뭉게뭉게 구름을 일으켜서 세차게 비를 내려 주어 한 자 되는 못의 물이 넘쳐서 九淵341)에 통하게 하였다. 이 괴물이 물결을 따라 굴러서 활발하게 구연에 들어가 마침내 그 재목을 이루었으니, 이 또한 하늘 연못의 용이다. 오르면 하늘을 날고 일어나면 비를 토하니, 四海의 큰 것과 億兆의 백성과 만물의 부류들이 이 혜택을 힘입어 계속해서 태어나지 않음이 없었다. 지난번에 이른바 鶣鵲·다람쥐鼴鼠·麒麟·鳳凰 등이 이 괴물의 혜택에 힘입지 않음이 없었으나, 또한 이 괴물의 혜택임을 스스로 알지 못하였다. 곁에 있던 박식하고 고상한 군자가 이를 보고 설명하기를, “산에 올라 옥을 채취한 뒤에 범의 꼬리를 밟는 어려움을 알고, 바다에 들어가서 진주를 채취한 뒤에 용의 굴을 더듬는 위태로움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바야흐로 이 괴물이 한 자 되는 못에서 시달릴 적에 기린과 봉황이 어찌 하늘 연못의 용보다 인하지 않았겠는가? 이 괴물에게 인을 베풀지 않은 것은 한 자 되는 못에서 사는 괴로움을 모르고 또 구제할 만한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 하늘 연못의 용이 또 어찌 기린과 봉황보다 인하였겠는가? 그 괴물을 구제해줄 자가 반드시 하늘 연못의 용인 까닭은 또한 한 자 되는 못에서 그 재목을 이루는 괴로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로다! 그 괴로움을 잘 알고 구제할 만한 방법이 있는데도 끝내 구제하지 않으면 하늘의 꾸지람이 없겠는가?” 하였다. 이상하다! 이 괴물이 기린과 봉황에게 구원을 바랄 적에 누가 능히 이루어 비를 토할 재목이라고 생각했겠는가? |
(last modified UNIX clock : 1625747597 / Common clock 2021.07.08, 9:33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