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 UserP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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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시와 문학에 너무 취하게 되면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고, 또 가난하게 지내기 십상인데, 이것을 "시의 마귀"라는 식으로 표현한 말이 "시마"입니다. 고려시대 작가 이규보는 익살스럽게 "시마를 쫓는 글"을 썼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한퇴지(韓退之)의 송궁문(送窮文)을 본받아서

대저 흙이 쌓여서 된 높은 언덕이나 물이 괴어 된 깊은 우물이나 또는 나무ㆍ바위ㆍ집ㆍ담은 다 천지간의 무정(無情)한 물건이거니와, 귀신이 여기에 붙어 괴상함과 요사스러움을 나타내면 사람들은 미워하고 꺼리며 저주하고 쫓아낸다. 심한 경우에는 언덕을 허물고 우물을 메우며, 나무를 자르고 바위를 부수며, 집을 헐고 담을 무너뜨리고야 만다.
사람도 이와 같다. 처음에는 질박하고 문채가 없으며 순후하고 정직하던 사람이, 시(詩)에 빠지면 말을 괴상히 하여 사물을 환롱하고 사람을 현혹시키니 해괴하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마귀 때문이다. 나는 이 까닭으로 그 죄를 들추어 쫓아내려고 한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사람이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는 태고의 순박함이 있었으니, 꾸밈도 치레도 없음이 마치 꽃이 아직 피지 않은 듯하고, 총명함이 가려져 있음은 마치 구멍 즉 눈ㆍ귀 따위가 아직 뚫리지 않은 듯하였다. 누가 그 문을 허술하게 지켜 자물쇠를 끌러 놓았기에 마귀 네 놈이 느닷없이 들어와서 버젓이 이에 의탁하여 세상과 사람을 현혹시켜 아름다움을 꾸미고, 요술을 부리고 괴상한 짓을 하여 비틀거리고 떼지어 다니며, 혹은 아양을 떨어 뼈마디가 녹게도 하고 혹은 진동하여 풍랑이 일게도 하는가? 세상이 너를 장하게 여기지도 않는데 너는 어찌 날뛰며, 사람들이 너를 공이 있는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데 너는 어찌 가혹하게 구느냐? 이것이 너의 첫째 죄이다.

땅은 고요하고 하늘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나 조화를 부리고 신명처럼 밝으며, 혼돈(渾沌)의 상태에서 오묘한 신비를 마치 자물쇠로 잠근 듯이 굳게 간직하고 있는데, 너는 이를 생각하지 않고 신비를 염탐하여 천기를 누설시키는 데에 당돌하기 그지없으며, 달 이 무색할 정도로 달의 이치를 밝혀내고, 하늘이 놀랄 정도로 하늘의 마음을 꿰뚫으므로 신명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하늘은 불평하게 여긴다. 너 때문에 사람의 생활은 각박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너의 둘째 죄이다.

구름과 놀 의 피어남, 달과 이슬의 순수함, 벌레와 물고기의 기이함, 새와 짐승의 이상함, 그리고 새싹과 꽃받침, 초목과 화훼(花卉) 등은 천태만상으로 천지에 번화하고 있는 것을 너는 거침없이 취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보는 대로 읊는다. 그 잡다한 것들을 한량없이 취하므로 너의 검소하지 못함을 하늘과 땅이 꺼린다. 이것이 너의 셋째 죄이다.

적을 만나면 즉시 공격할 것이지, 무슨 무기를 준비하고 무슨 보루(堡壘)를 설치하느냐? 어떤 사람을 좋아할 경우에는 곤룡포(衮龍袍)가 아니라도 훌륭하게 꾸며 주고, 어떤 사람을 미워할 경우에는 칼이 아니라도 찔러 죽이니, 너는 무슨 부월(鈇鉞)을 가졌기에 전벌(戰伐)을 함부로 하고, 너는 무슨 권세를 잡았기에 상벌(賞罰)을 멋대로 하는가? 너는 육식자(肉食者 고관대작)도 아니면서 나랏일에 관여하고, 너는 주유(侏儒 광대)도 아니면서 모든 것을 조롱하는가? 시시덕거리며 허풍치고 유달리 잘난 척하니, 누가 너를 시기하지 않고 누가 너를 미워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너의 넷째 죄이다.

네가 사람에게 붙으면 염병에 걸린 듯 몸은 더러워지고 머리는 헝클어지며, 수염은 빠지고 형용은 메말라지며 사람의 소리를 괴롭게 하고 사람의 이마를 찌푸리게 하며, 사람의 정신을 소모시키고 사람의 가슴을 여위게 하여, 환란을 매개하고 화평을 해롭게 한다. 이것이 너의 다섯째 죄이다.

이 다섯 가지의 죄를 짊어지고 어찌 사람에게 붙느냐? 진사(陳思)에게 붙어서는 날렵한 재주로 그 형을 업신여기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하게 하였으며,이백(李白)에게 붙어서는 광증을 유발시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게 하였으며,두보(杜甫)에게 붙어서는 모든 일에 낭패하여 쓸쓸한 타향살이를 하다가 뇌양(耒陽)에서 객사하게 하였으며,이하(李賀)에게 붙어서는 세상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짐으로써 요절(夭折)하게 하였으며,몽득(夢得)에게 붙어서는 권세 있는 사람을 헐뜯으며 거드럭거리다가 끝내는 쓰러져 재기하지 못하게 하였으며,자후(子厚)에게 붙어서는 재앙을 자초하여 유주(柳州)로 귀양가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다.

누가 그런 슬픈 일을 꾸몄던가? 아, 너 마귀야! 네 모양이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차례로 그르쳤느냐?

또 나에게 붙었구나. 네가 온 뒤로 모든 일이 기구하기만 하다. 흐릿하게 잊어버리고 멍청하게 바보가 되며, 주림과 목마름이 몸에 닥치는 줄도 모르고, 추위와 더위가 피부에 파고드는 줄도 깨닫지 못하며, 계집종이 게으름을 부려도 꾸중할 줄 모르고 사내종이 미련스러운 짓을 하더라도 타이를 줄 모르며, 동산에 초목이 우거져도 깎아낼 줄 모르고 집이 쓰러져가도 바로잡을 줄 모른다.
궁한 귀신이 온 것도 역시 네가 부른 것이다. 그리고 귀인에게 오만하고 부자를 능멸하는 것, 방종하고 거만하는 것, 언성이 공순치 못하고 안색이 부드럽지 못하는 것, 여색을 대하면 쉽사리 고혹되는 것, 술을 마시면 더욱 거칠게 되는 것은 실로 네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 어찌 나의 마음이 그렇겠느냐? 그 괴이함을 짖어대는 개들도 실로 많다. 그래서 나는 너를 미워하여 저주하고 쫓게 되니, 네가 빨리 도망하지 않으면 너를 찾아내어 베리라.”

이날 밤에 피곤해서 누웠는데 꿈에 베갯머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빛깔과 무늬가 찬란한 옷을 입은 자가 다가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자네가 나를 나무라는 말과 나를 배척하는 말은 너무 심하다. 왜 나를 이처럼 미워하는가? 내 비록 미미한 마귀이지만 역시 상제에게 알아 줌을 받는 자다. 일찍이 자네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상제께서는 나를 보내어 자네를 따르게 하였네. 자네가 어릴 때에는 집에 숨어서 떠나지 않았고 자네가 총각이 되었을 때에는 슬며시 엿보고 있었으며, 자네가 장성하였을 때에는 뒤따라다녔네. 자네에게 기개가 웅장하게 하였고 자네에게 수사(修辭)의 법을 가르쳤네. 과거장에서 문예를 겨룰 때에는 해마다 합격하게 하여, 하늘과 땅을 놀라게 하고 명성이 사방에 떨치게 하였으며, 고귀한 사람들이 모두 자네의 모습을 우러러보게 하였네. 이것은 내가 자네를 적지 않게 도운 것이며 하늘이 자네를 한량없이 후하게 대우한 것이네.
말하는 것이며 몸가짐이며 여색을 좋아하는 것이며 술을 즐기는 것은 각각 시키는 이가 있으며, 내가 주관한 바 아니네. 자네는 어찌 신중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바보 같은가? 이는 실로 자네의 잘못이지 나의 허물이 아니네.”

거사(居士)는 이에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는 겸연쩍어하는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절하고 그를 맞아 스승으로 삼았다.

한문 제목을 옮기면, "구시마문"이 됩니다.
요컨데, 미미한 마귀이지만 빛깔과 무늬가 찬란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상상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악덕을 갖고 있으나, 또한 과거에 합격하게하고 명망을 떨치게 한 것은 미덕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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