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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사 | UserPrefer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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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사는 개이다. 털이 희고 부드러우며 선행(禪行)이 있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명산의 사찰을 즐겨 찾아다니며 곳곳마다 족적을 남겼으니, 아마도 내가 관서 지방에 있을 때 들었던 ‘산을 돌아다니는 개〔游山犬〕’가 바로 백거사이다. 백거사는 처음 영변(寧邊)의 묘향산(妙香山)에서 시작하여 구월산(九月山)과 신숭산(神嵩山)을 거쳐 동쪽으로 풍악산(楓嶽山), 한계령(寒溪嶺), 오대산(五臺山) 등 영동(嶺東)과 영서(嶺西)의 여러 산에 들어갔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칠보산(七寶山)에 갔었고 남으로 내려와 삼각산(三角山)에 갔으니, 우뚝이 높은 산과 그윽이 깊은 골짜기에 있는 부처를 모신 사찰과 승려들이 모인 곳을 두루두루 달려 찾아다녔다. 갑자년(1624, 인조2) 여름에 호서의 속리산(俗離山)에서 합천(陜川)의 가야산(伽倻山)에 도착하였다. 당시 나는 관찰사로 가야산 해인사(海印寺)에 들렀다가, 절의 승려로 하여금 백거사와 함께 오게 하였는데, 개라고 부르면 고개를 숙이고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반드시 거사라고 불러야 뛰어 왔다. 고기를 던져주어도 먹지 않고 오직 푸성귀와 밀가루만 먹었다. 언제나 요사채의 섬돌 위에서 자고 일어나지 개들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았다. 일찍이 꼬리를 흔들며 먹을 것을 구하지 않았고 일찍이 울타리 밑에서 싸우지도 않았다. 백거사가 암컷과 교미하는 것을 사람들이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참으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백거사가 들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작은 패에 산 이름을 새겨 기록해 주었다. 내가 직접 그 목에 걸린 여덟 개의 대쪽 패를 보았는데, 모두 나라 안의 경승지로 세상의 이른바 사람들이 상주하는 곳이었다. 그 지나온 길을 헤아려 보면 낮은 언덕이나 비루한 사찰은 곧 힐끗 보고 떠나 버렸으니 패에 새길 일도 없다. 백거사의 발을 살펴보면 굳은살이 박이고 털이 없지만 달려 다니는 것을 힘들게 여기지 않는다. 한 산에서 조금 특별한 경치라도 만나면 반드시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감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비록 그렇지만 또 오래 머물지도 않으니, 가고 머무름에 연연해하지도 않는 것 같다. 다른 산으로 갈 때에는 반드시 떠나는 승려를 따라간다. 백거사가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 때, 산사(山寺)를 출입하는 사람이 비록 매우 많지만, 또한 구차히 따라가지 않으니 그 신묘한 이해와 말없는 깨달음은 생각과 의논의 미칠 바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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